그 많던 작은 가게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유년시절은 곳곳에 옛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애매하게 현대화된 재래시장에서 흘러갔다. 우리 어머니는 옷 가게를, 죽마고우의 어머니는 미용실을, 학교 친구들은 각각 우유 유통, 의상실, 서예학원의 아들, 딸들이었다. 각자의 집에서는 고유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시장 안에 자리한 그 작은 가게들 고유의 향이었을 것이다. 요즘, 특히나 도시에서는 자기만의 냄새를 가진 가게들을 찾기란 힘들다. 작은 가게들은 이제 시장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속으로 들어갔고, 반듯하고 깨끗한 그곳에서 더는 고유한 냄새를 풍기지 못한다. 그런 사라져버린 작은 가게를 길에서 만날 때마다, 나의 눈과 카메라에 담게 되었다. 늦은 밤 고독하게 불이 켜진 작은 가게들은 그들만의 개성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은 불빛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며 삶을 이어가는 등불처럼 보였다. 나는 그 불빛이 세상을 지키는 아름다움이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