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 대도시에 혼자 살게 된 나에겐 작은 카페 하나가 곁에 있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만이 아니었다. 마치 나의 방처럼, 언제나 열려있는 친구의 집처럼 친숙하고 포근한 장소였다. 그곳은 고민하고, 꿈을 꾸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의 통로였다. 그곳에서 사색에 잠기고, 내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미래와 현재에 대해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해 질 녘의 햇살이 창가를 타고 흘러 들어올 때, 그 공간은 마법처럼 변했다. 붉고 따스한 빛이 카페의 구석구석을 감싸면,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고, 나는 그 노을 속에 잠시나마 머물러 있곤 했다. 그러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카페 문을 나서는 날도 많았다. ‘스몰 스토어’는 어두운 밤에 홀로 불을 밝힌 가게들을 촬영한 연작이다. 비가 온 뒤에는 가게에서 나오는 빛이 바닥에 슬며시 비쳐 분위기는 더욱 특별해진다. 무대 위에서 모놀로그를 연기하는 배우처럼.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꾸려오신 가게에서 나는 어린 시절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게 주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 때 맡았던 갖은 냄새가 내겐 컬러 사진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대형 마트와 아웃렛 쇼핑몰의 유행으로 작은 가게들은 쇠락하며 빛나던 개성도 세월 따라 바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변화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작은 가게들을 프레임 안에 담고 있다. 그리움이 불러 낸 무대 위 작은 가게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두오모 성당의 움직이는 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 20

밀라노 기차역 옆 스낵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20

밀라노의 문닫은 작은 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20

졸루투른의 불켜진 1층,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6, ed20

베니스의 가면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20

신촌 비오는 날의 스낵바,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6, ed20

뉴욕의 움직이는 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7, ed20

뉴욕의 아이스크림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7, ed20

베니스 골목의 호텔,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20

베니스 주얼리 가게,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5, ed20

아키타의 눈속 자판기,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6, ed20

도시속의 회전 목마, 20x30in, Digital pigment print, 2019, ed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