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빛과 감정, 구조와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진 작업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기술로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은, 사진이라는 감각의 언어를 만나며 존재를 응시하고, 사라짐을 수집하는 예술적 감각으로 변해갔습니다. 저의 첫 작업은 적외선 촬영 기법을 통해 서울의 일상적 풍경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를 보고 싶다는 마음,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감정을 끌어내고자 하는 열망이었습니다. ‘마주보다’라는 제목으로 이어진 이 시리즈는, 적외선이라는 기술을 통해 도시 풍경에 스며든 시간과 감정의 입자들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빛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세계를 처음처럼 다시 보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적외선 사진은 빛의 일부분만을 받아들이는 기법입니다. 저는 이 제한된 수용과 선택의 원리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비가시적인 긴장과 질서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저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닌, 정서적 밀도와 구조적 복잡성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층위로 다가왔습니다. 적외선으로 기록된 서울은 찬란함보다 고요하고, 명료함보다 잔상에 가까운 풍경이었습니다. 이후의 작업에서도 저는 단절된 시선, 사라지는 구조, 공간이 품은 고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왕후의 시선을 상상해 궁궐을 재해석한 작업에서는 화려한 권력의 표면 아래 억눌린 감정의 구조를 탐색했고, 현재 준비 중인 ‘사라지는 주유소’ 작업에서는 자본의 퇴장과 도시 풍경의 해체를 마주하며, 그 변화의 미학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사진은 단지 무엇을 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응시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입니다. 적외선은 지금도 저의 시선을 형성하는 중요한 미적 언어이며, 보이지 않는 세계의 온도와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술로 시작된 작업은 이제, 시간과 공간, 감정과 구조가 교차하는 틈을 감각적으로 사유하는 예술적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