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들과 같이"
이번 작업은 연작 <왕후의 시선>의 이후를 다룬다. 과거 왕후들의 시선을 지금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던 이전 작업은, 역사를 감각의 층위로 끌어오는 실험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시선을 더 넓은 시간과 공간 속으로 확장하는 시도다. <과거, 그들과 같이>는 경주의 오래된 장소들을 적외선 기법을 통해 포착한 작업이다. 작가는 단순히 유적을 기록하지 않는다. 역사적 공간 안에서 살아 있었던 ‘그들’의 시선과 온도, 감정의 흔적을 지금 이곳에서 마주하는 일, 그것이 이 작업이 담고 있는 본질이다.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누군가의 시선이 먼저 닿았던 곳이다. 적외선 기법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방식이자, 보이지 않는 층위—빛의 경계, 기억의 궤적, 시간의 밀도—를 감각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작업에서 경주의 풍경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지금의 시선과 과거의 기척이 교차하는 공간, 그곳에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화하고, 오래된 장소들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기록한다. <왕후의 시선>이 ‘궁’이라는 구조 속에서 닫힌 시선을 따라갔다면, 이번 작업은 더 넓은 시간의 들판 위에서, 그들과 나, 과거와 현재의 시선이 함께 걷는 방식이다. 지금 이 사진 속 풍경은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감각과 함께 존재하는 지금이다.

그의 의지, 2021, Digital pigment print, 76*110cm, ed 10

감은사지의 남겨진 것, 2021, Digital pigment print, 110*76cm, ed 10

불국사, 2021, Digital pigment print, 76*110cm, ed 10

그들의 기원, 2021, Digital pigment print, 76*110cm, ed 10

였던 자리, 2021, Digital pigment print, 76*110cm, ed 10

릉이 보이는 풍경, 2021, Digital pigment print, 76*110cm, ed 10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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