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업은 건축물과 공간이 단지 기능적 구조물이 아니라, 시간을 지닌 존재이며, 인간의 움직임과 사건이 남긴 흔적들을 고요히 축적하는 살아 있는 그릇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공간을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파동과 진동을 만들어낸다. 그 움직임들은 소리로, 떨림으로, 혹은 감지되지 않는 에너지로 공간 전체에 스며든다. 그렇게 생성된 파장은 벽을 타고, 바닥에 머물고, 천장에 반사되며, 건축물의 피부 아래 오랜 시간 축적된다. 
《Architectural Resonance》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파장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인간과 공간 사이의 간극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파동과 감각의 떨림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탐구이며, 공간이 기억하고 있는 진동의 히스토리를 어떻게 감각의 언어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실험한다. 작업은 **60년간 운영되었던 공중목욕탕 ‘행화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환갑’이라는 시간의 상징이자 축적의 단위는, 공간 안에 머물렀던 수많은 인간의 삶과 목소리, 기척의 총합이자 잔향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공간에서 두 가지의 시도를 병행하였다. 하나는 소리를 시각화하는 실험으로, 벽과 구조물의 진동을 장시간 기록하여 그것을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다른 하나는 소리가 공간에 '쓰여지는’ 모습, 즉 건축물에 각인되는 파장의 흐름을 음향기록과 함께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60년의 소리를 완벽히 담을 수는 없지만, 60초, 60분의 응축된 시간 속에 그 시간의 밀도를 유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이 작업은, 공간의 과거가 우리와 어떻게 공명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일이며, 인간이 지나온 흔적이 단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파장으로 남아 다음 세대에게 은밀히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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