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의 순간 Layers of Chance 
〈겹의 순간〉은 사진의 우연성과 감각의 층위를 탐색하는 실험이다. 이번 작업은 기존의 프레임 안에서 하나의 장면을 포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OHP 필름 위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겹쳐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적 시도다.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작가가 촬영한 사진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겹쳐지고, 어떤 장면을 만들어내는지는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다. 그 조합의 방식과 상의 결과는 관람자에 의해 완성된다. 이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우연성과 개방성, 그리고 감각의 중첩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사진은 결국 단편적인 순간을 포착한 이미지다. 그러나 그 한 장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장면과 생각,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이번 작업은 그 축적의 레이어를 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며, 관객은 이미지 위에 또 하나의 이미지가 겹쳐질 때 생기는 새로운 감정과 해석의 틈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의 시선에서 출발했지만, 관객의 선택과 참여를 통해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겹의 순간〉은 사진이라는 장르가 지닌 우연의 본질,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관계와 감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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